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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 계약이 만기에 다가오면 임차인의 머릿속은 복잡해진다. 임대인이 보증금을 올리겠다고 한다. 중개사가 갑자기 전화해 갱신계약서를 써야 한다며 복비를 요구한다. 한쪽에서는 '갱신은 복비 안 내도 된다더라'는 말을 듣고, 다른 쪽에서는 '대필료라도 줘야지'라고 한다. 어디까지가 법이고, 어디부터가 관행인지 헷갈리는 사이에 가장 중요한 걸 놓치기 쉽다. 바로 인상분에 대한 새 확정일자다. 결론부터 정리하면, 갱신은 복비를 의무로 낼 일은 거의 없지만 인상분 확정일자를 빠뜨리면 그 손해가 복비의 수십 배가 된다.
갱신 시 중개수수료 — 의무가 아닌 합의
법정 중개보수는 공인중개사가 새로 중개행위를 했을 때 발생하는 보수다. 같은 임대인과 같은 임차인이 같은 매물에서 단순히 기간만 연장하거나 보증금만 조정하는 갱신은 새로운 중개행위로 보기 어렵다. 따라서 갱신 자체에 대해 법정 중개보수를 강제로 받을 근거는 없다. 다만 중개사가 갱신계약서를 대신 작성하고, 확정일자 안내·전세보증보험 안내·특약 정리 같은 행정 업무를 해주는 데 대한 '대필료'가 시장 관행으로 자리잡았다. 5만 원에서 10만 원이 일반적이고, 사무소나 지역에 따라 편차가 있다.
10만 원을 넘기는 견적을 받는다면 다른 동네 사무소에 한 번 더 견적을 받아보거나, 직접 갱신 합의서 양식을 작성해 양 당사자가 서명 후 주민센터에서 확정일자만 받는 방법도 있다. 임대인이 바뀌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매매·증여·상속으로 새 임대인이 들어선 상태에서 임차인과 새 계약서를 쓰는 건 갱신이 아니라 신규 임대차다. 이 경우는 정식 중개보수가 발생하고, 안전 절차도 신규 계약 수준으로 다시 점검해야 한다.
갱신요구권을 행사하면 5% 상한이 강제된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7조 제2항은 차임이나 보증금의 증액 청구를 약정 금액의 20분의 1, 즉 5% 이내로 제한한다. 이 상한은 임차인이 갱신요구권을 행사한 갱신에 강제 적용된다. 임차인이 만기 6개월~2개월 전 사이에 임대인에게 갱신요구권을 행사하겠다고 명확히 통지했다면, 임대인은 5%를 초과해 인상을 요구할 수 없다. 초과분을 일단 받아갔다 하더라도 임차인이 나중에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
반면 양 당사자가 갱신요구권과 무관하게 자유 협의로 갱신을 진행하면, 형식상 5% 상한이 강제되지는 않는다. 다만 임차인이 추후 갱신요구권 행사 사실을 주장하면 분쟁의 소지가 남는다. 임대인 입장에서도 시세보다 큰 폭으로 올리려 하면 임차인이 갱신요구권을 정식으로 행사해 5% 상한을 받아내는 쪽으로 방향을 틀 수 있어, 결국 협상은 5% 안팎에서 정리되는 경우가 많다.
가장 중요한 한 줄 — 인상분 확정일자
갱신에서 사람들이 가장 자주 놓치는 게 인상분 확정일자다. 보증금이 오르면 그 인상된 금액에 대해 새 확정일자를 받아야 우선변제권이 그만큼 추가로 생긴다. 기존 보증금 3억에 확정일자가 있는데, 갱신하면서 3억 2천만 원으로 올렸다고 가정하자. 이때 2천만 원에 대해 확정일자를 새로 받지 않으면, 나중에 경매가 진행됐을 때 기존 3억은 보호받지만 추가된 2천만 원은 후순위로 밀려 일반 채권자와 같이 배당받게 된다. 임대인의 사정으로 보증금을 통째로 못 받게 되는 사고는 대부분 이 인상분 확정일자 누락에서 시작된다.
확정일자는 주민센터나 대법원 인터넷등기소에서 받을 수 있다. 갱신 합의서 또는 갱신계약서 원본을 가지고 가서 도장을 받으면 끝이다. 잔금일 또는 인상 보증금 송금일에 맞춰 받아두는 게 안전하다. 기존 보증금에 대한 확정일자는 다시 받을 필요가 없다. 이미 효력이 있고, 인상분만 별도로 받으면 두 확정일자가 각각의 우선변제권을 갖는 구조가 된다. 반대로 보증금이 동결됐거나 인하됐다면 확정일자를 다시 받을 필요는 없다.
갱신계약서, 어떻게 쓰는 게 안전한가
실무에서 가장 분쟁이 적은 방식은 '기존 계약서를 살려두고 갱신 합의서 또는 별지로 변경 사항만 추가'하는 방식이다. 기존 계약서에 적힌 확정일자의 효력을 흔들지 않는다는 게 핵심이다. 갱신 합의서에는 다섯 가지만 들어가면 충분하다. 첫째 원 계약서 식별 정보(계약 일자·당사자·매물 표시), 둘째 갱신 일자와 갱신 기간, 셋째 변경된 보증금과 차임, 넷째 그 외 조항은 원 계약서를 그대로 유지한다는 명시, 다섯째 양 당사자의 서명·날인이다. 이 양식을 인쇄해 들고 가서 임대인과 함께 서명한 뒤 주민센터에서 인상분 확정일자를 받으면 정식 갱신이 끝난다.
반대로 기존 계약서를 폐기하고 새 계약서로 다시 쓰는 방식은 추천하지 않는다. 새 계약서의 확정일자는 새 일자로 잡히고, 기존 확정일자의 순위가 그대로 유지되는지에 대한 다툼이 생길 수 있다. 사례에 따라 법원이 다르게 판단할 수 있어, 임차인 입장에서는 굳이 위험을 떠안을 이유가 없다. 중개사가 '깔끔하게 다시 쓰자'고 권하더라도, 갱신 합의서나 별지 방식으로 진행해 달라고 요청하는 게 좋다.
대항력은 따로 신경 쓸 필요가 거의 없다
대항력은 임차인이 주택을 인도받고 전입신고를 마친 다음 날부터 발생한다. 갱신하더라도 임차인이 그 집에 계속 살면서 전입신고를 유지하는 한 대항력은 끊기지 않는다. 임대인이 그 사이 바뀌더라도 새 임대인은 임차인의 대항력을 그대로 인정해야 한다. 그러니 갱신 시점에 대항력을 위해 따로 무언가 신청할 필요는 없다. 다만 사정상 잠시 전입신고를 다른 곳으로 옮겼다가 다시 옮기는 식의 행위는 위험하다. 그 사이에 다른 권리(저당권 등)가 설정되면 우선변제권 순위가 깨질 수 있다.
갱신 시 함께 챙기면 좋은 다섯 가지
첫째, 전세보증보험을 갱신한다. HUG나 SGI 보증보험에 가입한 임차인은 만기 전에 보증료를 재납부하고 보증 한도를 갱신해야 한다. 보증금이 올랐다면 한도 변경도 함께 신청한다. 둘째, 전월세 신고 대상 지역이라면 갱신도 신고 대상인지 확인한다. 보증금·차임 변동이 일정 기준 이상이면 신고 의무가 있다. 셋째, 그동안 불편했던 부분은 갱신 시점에 특약으로 정식 정리한다. 누수 보수 책임, 반려동물 허용 여부, 관리비 정산 방식 등 구두로만 합의했던 사항을 문서화해 두면 다음 분쟁을 줄일 수 있다. 넷째, 잔금일 또는 인상금 송금일에 맞춰 확정일자를 받는다. 송금 영수증과 합의서를 함께 보관하면 분쟁 시 입증이 쉽다. 다섯째, 시설 점검을 한 번 한다. 도배·바닥·창호·보일러 등 노후 부분의 보수 책임을 임대인과 미리 합의해 두면 거주 중 분쟁을 막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 복비 5만 원과 확정일자 누락의 무게
많은 임차인이 갱신 시 가장 신경 쓰는 건 대필료다. 5만 원이냐 10만 원이냐, 협상이 되느냐가 큰 관심사다. 그러나 실제 손익을 따지면 인상분 확정일자 한 줄이 훨씬 무겁다. 대필료 몇 만 원 차이는 식사 한두 끼 값이지만, 인상분 확정일자를 빠뜨리면 보증금 인상분 전체가 후순위로 밀린다. 갱신 합의서에 도장 찍는 순간 주민센터부터 들리는 습관, 그게 갱신을 가장 안전하게 마무리하는 길이다.
핵심 체크포인트
실행 체크리스트
- 기존 계약서는 살리고 별지·합의서로 갱신 — 새 종이로 다시 쓰지 않는 게 확정일자 효력을 지키는 가장 안전한 방식이다.
- 인상분 확정일자를 잔금일에 받자 — 주민센터나 인터넷등기소에서 갱신 합의서를 들고 즉시 받아두면 우선변제권이 깨지지 않는다.
- 대필료는 5만 원선부터 협상 — 단순 갱신은 법정 보수가 아니라 합의 사항이므로 10만 원 이상 부르면 다른 사무소 견적과 비교한다.
- 전세보증보험 갱신도 같이 챙김 — HUG·SGI 가입자는 보증료 재납부와 보증 한도 변경을 만기 전에 처리해야 한다.
- 갱신 시점에 새 특약 추가 — 그동안 불편했던 누수·반려동물·관리비 등은 이때 정식 조항으로 정리해 두는 게 좋다.
주의사항
- 기존 계약서를 폐기하고 새로 쓰면 위험: 기존 확정일자의 효력 분쟁이 생길 수 있어, 별지 또는 갱신 합의서 형태로 남기는 편이 안전하다.
- 갱신요구권 행사 후 5% 초과 인상: 임차인이 갱신요구권을 쓰면 5% 상한이 강제되고, 초과분은 무효라 반환 청구가 가능하다.
- 임대인 변경 갱신은 갱신이 아니다: 새 임대인과 체결하는 건 신규 계약이라 정식 중개보수가 발생하고, 안전 절차도 신규 계약 수준으로 다시 점검해야 한다.
자주 묻는 질문
갱신계약을 새 계약서로 다시 쓰면 위험한가요?
인상분에 대한 확정일자만 받으면 충분한가요?
대필료가 10만 원을 넘으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임대인이 바뀌면 갱신인가요, 신규 계약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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